Subject  [시론] 금융중심지정책, 꼴찌가 돼서야 (조선일보, 3월 30일)
Writer  sff Date  2007-04-19 Hit 6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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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중심지 정책, 꼴찌가 돼서야"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


며칠 전 런던에서 국제 금융 중심지 46개를 비교, 평가한 보고서가 나왔다. 이 보고서는 각 금융 중심지의 인적자원, 기업환경, 시장성, 인프라, 종합적인 경쟁력 등에 대한 지표분석뿐만 아니라, 금융전문가의 의견까지 종합하여 각 중심지의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금융 중심지는 단연 런던이고, 그 다음이 뉴욕이며, 홍콩과 싱가포르는 각각 3•4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서울의 순위는 43위였다.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다. 지금 우리 경제는 종전의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 경제에서 지식기반 서비스경제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고, 그런 경쟁력은 우리가 얼마나 빨리 국제금융 중심지로 발전하느냐에 달려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이번 보고서에서 서울이 왜 거의 꼴찌가 되었는가에 대한 냉철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 그 원인은 대략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그간 우리의 금융 중심지 전략에 대한 대외 홍보가 너무 소홀했다. 금융 중심지에 대한 홍보는 국내외적으로 모두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논의는 그간 거의 국내에서만 이루어졌다.

그리고, 돌이켜 보면 정부의 금융 중심지 정책도 2005년 6월 2차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괄목할 만한 것이 없었다. 물론 2차 로드맵에 따라 자본계정 외환거래가 신고제로 바뀌고, 2006년 말에는 자본시장통합법과 금융중심지조성법이 국회에 제출되기는 했으나 국내 정치 상황으로 이들 법안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론스타사건 같은 악재가 있었다. 론스타사건은 지금까지 마무리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계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극도로 악화시켰다. 이 사건을 지켜본 외국 금융인들은 한국에서는 돈을 많이 버는 것 자체를 죄악시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은 외국인으로 하여금 한국 사법당국은 사건을 수사하기 전에 어떤 특정인을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거기에 맞춰 수사한다는 인식도 갖게 했다.

또한, 한국은 금융 중심지를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외국 기업이 우리 세무당국에 대해 갖는 나쁜 인상을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 외국 기업인들의 시각에 따르면, 한국의 세무행정은 투명성도 없고 세법 해석의 일관성도 없다. 이렇다 보니 지난 몇 년간 금융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외자 도입이 극히 부진했다.

이렇게 볼 때, 향후 대책은 자명하다. 우선 금융중심지 정책에 대한 대외홍보가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금융중심지 정책에 대한 홍보세미나 등을 런던 같은 세계 금융중심지에서 개최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외국 금융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들을 계속 발표해야 한다. 예컨대, 원화의 태환성(兌換性)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외환거래의 자유화를 2009년 말이 아니라 금년 중에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금융중심지 정책의 신뢰성에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는 론스타사건을 하루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아울러 외자 도입이나 금융중심지 정책을 남의 일처럼 여기고 있는 국세청을 금융중심지 정책에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 이런 몇 가지 조치만 취해도 다음 런던 보고서에서 한국이 꼴찌가 되는 불명예를 벗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2007년 3월 30일)